(겨울 바다가 보고 싶다)는 아내와 함께
동해안으로 가는 길에 홍천 근처 한증막에서
2시간가량 찜찔을 하고 한계령으로 향했다.
홍천을 지나 철정검문소 4거리 못 미쳐에 있는
맛있는 청국장집에 들렸다.
이름하여 <시골 청국장>
집은 구. 도로가에 있는데....
지금은 직선 4차선으로 이어진 新. 道路로
자동차와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인지
舊. 道路에는 차들이 거의 안다니는
한적한 도로가에 위치한 허름한 집이다.
지난번 미산계곡을 갈 때에도 들러서
구수한 청국장을 먹고 간 기억이 있어 또 들렀다.
자리에 앉자 마자 주인장 어른이 한말씀 하신다.
어르신 : 막걸리 한사발 하구 가슈~
가게 안에는 손님이라고는 아무도 없고
일하는 아주머니 두분과 주인장 어른만이 앉아서
떡과 과일을 들고 계셨다......
어르신 : 저게 무신 차요?~~
나 : 네, 재규어라는 차입니다......
어르신 : 아, 나도 마흔다섯 정도에는 삐엠따블유 735타고 골프치러 댕겼슈~~
나 : 네, 그러세요.....좋으셨겠네요~~
어르신 : 저게 그러니까 스포츠카구만...뚜껑이 열리는, 처음보는 차네~~
나 : 네, 울 나라에 몇대 없나 봐요~~. 차가 이뻐서 타고 댕깁니다......
며칠전에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안사람과 잠시 마음 식히러 한계령넘어 가는 길입니다.
어르신 : 아, 그렇구만.....옥수수 막걸리나 한잔 하구 가슈. 올해 몇인가?
나 : 네, 쉰다섯인데요~~
어르신 : 야, 좋은 나이다.....좋은 때야. 아직 젊은 나이야~~
주인장 어른의 입담은 계속 쏟아졌다.....
어르신 : 내가 소시쩍에 말야~ 마누라 말안듣구 돌아 댕기다가 30억을 날렸지.
나 : 거의 20년 전에 30억이면 너무 큰 돈인데요~~
어르신 : 내가 이 xx이랑 대학 동창이야~~ 젊어서 번 돈 잘 챙겨~~
나 : 네, 부럽습니다....
어르신 : 그럼 뭘해? 이젠 딸과 손주들 보러 댕기는 맛에 살아~~
그 주인장 어른의 말씀이 귀에 남는다.
그러면서 하얀 A4용지에 인쇄된 글귀를 한장 주신다.
내용인즉,
식사를 하기전에 읽어 보라는 말씀인데...........
...............이 밥을 먹기전에....................
이 밥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이 밥을 받으리라.
땅과 물, 공기와 불이 합쳐서 이 음식을 만들었네.
우리가 그것을 먹을 수 있도록 수없이 많은 존재들이
수고를 하고 생명을 바쳤으니
여기 이 음식이 우리에게 보탬이 되듯이
우리 역시 큰 생명에 보탬이 되리라.
......................................................................................................
아내와 구수한 청국장 한그릇 먹으러 들어간
허름한 청국장집에서
주인 어르신을 만나 아주 귀한 말씀을 들었다......
우리는 한계령 넘어 양양으로 가는 차안에서
그 주인 어르신의 이야기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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