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비가 내리던 오늘
저는 친구들과 술 한잔을 걸치고 지하철을 타 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퇴근 시간대인 탓에 지하철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댔죠.
친구들과 한참 얘기를 하고 있는데 한 사람이 시끄럽게 외칩니다.
대충 들어보니 우의를 파는 잡상인입니다.
안그래도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귀에 거슬립니다.
사람이 많아 그 잡상인의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누가 이렇게 떠들어대나 싶어
많은 사람들 틈 사이에서 그를 한번 쳐다봅니다.
그는 다름아닌 나의 아버지...
수 년전 직장을 잃으시고 이혼까지 하신 우리 아버지입니다.
한 달전 새로운 직장을 찾으셨다는 아버지의 말이 떠오릅니다.
대우도 좋고 월급을 많이 주지는 않지만 좋은 회사라고 하셨어요.
무슨일을 하는 회사냐는 질문에는 빙그레 웃기만 하십니다.
오늘에서야 무슨일을 하시는지 알게 되었네요.
우의를 양손에 든 아버지가 열차안을 돌아보지만 아무도 사지 않습니다.
내쪽으로 다가오시려기에 나는 친구들을 등지고
다음 칸으로 넘어가 숨었습니다.
그리고는 문틈 사이로 아버지의 얼굴을 봅니다.
아마 하나도 팔지 못하신 모양이네요.
아버지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합니다.
다음 역이 되자 큰 짐을 들고는 힘겹게 내리셨죠...
또 다음 역이 되어 저는 급한 일이 생겼다며 친구들과 헤어져 내렸습니다.
볼일이 급하지도 않은데 화장실을 찾아봅니다.
화장실이 왜 이리 멀기만 한지요.
화장실이 가까워오자 눈앞이 뿌옇게 보였죠...
화장실 문을 잠그고 큰소리로 소리내어 엉엉 울었습니다.
아버지가 순간 창피해 급하게 몸을 피한 제 스스로가 너무 미웠습니다.
집 근처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아홉시가 다되어 집으로 들어가니
아버지가 웃는 얼굴로 맞아주셨습니다.
비 맞지 않았냐며 저녁은 먹었느냐는 말씀도 물론 잊지 않으셨구요.
오늘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삼겹살을 사 오셨다며 같이 먹으려
이 시간까지 기다리셨답니다.
평소에는 그렇게도 잘 먹던 삼겹살이 오늘은 잘 넘어가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 삼겹살을 사 주기 위해 아버지가 무슨일을 하셨는지
알기 때문이겠죠.
그러고 보니 아버지의 방에 건전지 칫솔 따위가 가득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며칠 전 머하러 쓸데없는 물건을 잔뜩 사왔냐며 핀잔 주던 제가 생각납니다
말없이 웃던 아버지의 얼굴과 함께 말이죠....
입술을 꽉 깨물었습니다...
아버지 앞에서 눈물을 보이긴 싫었거든요...
스물이 넘어서도 철없던 제 자신이 너무도 싫고 밉네요...
내일은 아껴둔 용돈으로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설렁탕을 사드려야겠습니다.
아버지...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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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세상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
눈물이 날때가 있습니다.
눈물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위의 글을 읽어보니 눈물이 납니다.
깨끗해지고 싶은 마음으로......
한번 읽어보시라고 퍼왔습니다.
p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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