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노래
/ 노천명
보리는
그 윤기나는 머리를 풀어 헤치고
숲사이 철쭉이
이제 가슴을 열었다
아름다운 전설을 찾아
사슴은 화려한 고독을 씹으며
불로초같은 오후의 생각을
오늘도 달린다
부르다
목은 쉬어
산에 메아리만
하는 이름.....
더불어 꽃길을 걸을 날은 어제뇨
하늘은 푸르러서 더 넓고
마지막 장미는
누구를 위한 것이냐
하늘에서 비가 쏟아져라
그리고 폭풍이 불어다오
이 오월의 한낮을
나 그냥 갈 수는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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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오월
노천명은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했다.
시인은 '푸른 오월'에서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위에 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正午)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하면서
오월의 서정(抒情)을 그렸다.
영국 시인 'T S 엘리엇'이 '황무지'에서 사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 표현한 것과는 달리
오월은 훈기가 돌고 희망이 가득한 달로 동서양의 작가들이 다투어 묘사한다.
피천득은 '5월'이라는 수필에서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 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고 썼다.
오월의 이미지가 생생하게 배어있는 듯하다.
국어학자 이희승은
"오월은 바다와 함께 퍼득인다.
오월은 하늘과 함께 즐펀하다"고 그 생동감을 그렸다.
하이네와 괴테는 오월의 사랑을 노래한다.
온갖 싹이 트고, 온갖 꽃이 피고, 온갖 새가 노래하는
오월에 사랑을 참지 못해 밖에 나가고 임에게 하소연한다는 글귀들이다.
이처럼 오월은 웃으며 떠들고 또 재잘대며 수군거리는 즐거운 계절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는 유난히 5월 중에 행사가 많다.
어린이날,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몰려 있는가 하면
'가정의 달'이기도 해서 모두가 설렘 속에서 이 계절을 맞는다.
그러나 올해 5월은 마음이 편치 않다.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는가 하면,
에너지ㆍ환율ㆍ금리의 3고(高) 파동까지 겹쳐 우리네 살림살이를 옥죄고 있다.
작금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도 어느 방향으로 불똥이 튀어
파장을 일으킬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무쪼록 닥쳐 올 시련들이..
'계절의 여왕' 앞에서 그저 무색하고 외롭게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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