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음에 내가 당신에게 묻거든
/ 박미림
밤이 깊었다고
얼굴이 가물거린다고
뜨거운 사랑은 옛날이야기라고
어디에서 처음 나를 만났으며
나의 첫 느낌은 어떠했는지
내게 건넨 첫마디가 무슨 말이었는지
어떤 영화를 땀이 나도록 손잡고 보았는지
내가 즐겨 먹은 음식이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처음 싸웠는지
처음 내게 준 선물은 무엇이었는지
어느 바닷가를 거닐었는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유치한 질문 내가 당신에게 했을 때
내게 화답했던 말 하지 말아요
그때는 사랑했는데
서서히 기억 속에 잠들어 잊혀가고 있다고
이젠 아주 오래전 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다고
그렇게 내게 말한다면
난 아마도 다시는 당신을 기억할 수 없을 거예요
차라리 아무 말 하지 말아요
혹시
이다음에 내가 당신에게 이렇게 묻거든
글 : 박미림 [ "나의 시 나의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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