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5일 토요일과 일요일은
내가 살아가면서, 처음으로 접한 "농부의 집"에서
1박2일을 잠자고 일하다(?) 온 뜻깊은 체험이었다.
작년 가을부터
인터넷을 통하여 경상북도 예천군에서
무공해 농사를 짓고 계신 "이 현부"님과 그 안주인이신 "종산댁"님을 알게되어
농사지은 배를 거래처와 지인들께 추석 선물을 하게 됨으로써 인연이 되었다.
추석 선물로 배를 받은 지인들께서
"달고 맛있는 배를 보내 주어서 감사하다"는
답신 전화를 많이 받은터라 계속해서 주문을 하던 차에
그분의 안주인이신 "종산댁"님이 지난 3월 말경에
"이번 배꽃이 필때에는 배꽃축제를 하오니 참석해 달라"는
초대가 있어서 그분들의 보금자리를 이번에 방문하게 되었다.
이번 모임은 열성적인 여성회원 몇분이 주선한 일이어서
농원에 풍선과 프랑카드도 달고 하여 조촐한 꽃축제 분위기였다.
우리 부부가 출발한 시각은 토요일 오후 늦은 6시30분경이 었는데
시내에도 차가 안 막히고 중부 내륙고속도로는 더더욱 안 막혀서
문경까지 2시간에 갈 수 있었다.
경북 예천은 초행길인데도 낯설지가 않아 빨리 간다고 갔지만,
깜깜한 한밤중인 9시 30분경 개포면사무소 앞에서
그분들께 전화를 드리니 금방 마중나오셨다.
이현부님의 집에 도착하니 이미 마당에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많은 여성 회원분들과 그 남편분들이 화기 애애한 이야기 꽃을 피우고 계셨다.
잠깐 서로간의 인사를 하고는
"이현부"님의 농촌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농촌 인구가 없다라는 말씀과
전부 노인네들 밖에 안살고 농촌 평균인구 나이가 72세라는 충격적인 말씀.
쌀개방이 되면 안되는 이유에 대하여 들을 수 있었다.
50여 가구가 사는 개포면 가곡리 이장일도 보시면서
쌀농사 8000평과 배농사 4000평 복숭아농사 2000평을 지으시는데
그분들 부부와 시어머님이 좀 도와주시어 그 많은 농사를
비료는 전혀 쓰지를 않고 무공해 농약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한다고 하셨다.
생선 아미노산, 한방 영양제, 천혜녹즙, 현미효소, 청초액비, 목초액등
다양한 천연 재료들을 농약 대신 사용하고 계시며
친환경으로 짓는 농사가 더 힘들고 조심스럽고 망칠까 조마 조마하지만
그런대로 믿음이 가고 농사 지으신지 16년이나 되어 이제는 자신도 생기신다고 하셨다.
그분들의 농원 이름이 종산 "참한 농원"이었는데
지금으로부터 150여년 전에 고조 할아버님이 자리잡으셔서 계속 살아오시며
그 동네 이름이 "종산"이라는 말씀도 하셨다.
그 농원에서는 배도 껍질째 먹어도 된다고 하셨는데
이현부님께 회원 누군가가 "이화농부"라고 이름 지어주신 것 같다.
너무 잘 어울리는 별칭이다.
그분들은 서울에서 대학을 나오시고
바로 고향으로 낙향하여 농사를 지으시는
아주 신세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무공해 농법으로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이다.
늦은 시간까지 많은 이야기를 하고는
"망우헌"이라는 남자 손님들 숙소로 향했는데
이 집터가 아는 형님뻘 되시는 분이 사시다가 돌아가셨는데 철거하기가 뭣하여
수리하여 이화 농부님이 사용하신다며 "忘憂軒"이라 이름 붙이셨단다.
이화 농부님은 책도 좋아하시고 많은 선각자 적인 생각으로
농부의 길을 천직으로 아는 분이라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그 곳은 방구들 집이였는데 방바닥이 식어 아궁이에 군불을 넣고 들어오셔서
옷을 입은체로 주무시는 이화농부님의 삶의 한 단면을 보는것 같아
나도 밤새 뒤척이다가 새벽을 맞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따뜻한 온돌 방에서 자는 밤이였는데....잠은 오지 않았다.
아침 7시경에 이화농부님과 같이 일어나
어제 저녁에 모닥불 파티때에 어질러 놓아진 것들을 치우고 정리하니
이화 농부님이 "동산에 아침 산책을 가자"는 말씀에
남자분 몇분과 강아지 세마리와 함께 산등성이에 올라 마을 정경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정말 사방이 얕으막한 동산에 둘러쌓인 아늑하고 고요한 마을인데
몇해전에 공군비행장이 들어서서 평일에는 조금 시끄럽다고 하신다.
산에 올라 올해 처음피어 올라오는 할미꽃도 보았고
느릅나무가 새순을 싹틔우는 것도 보았다.
이래서 봄은 새로운 희망을 갖는 계절인가 보다.
아침 식사를 하고는
곧바로 배밭으로 가서 이화 농부님한테서 배꽃을 솎아주는 방법을 배웠는데
배나무가 많은 가지에 꽃을 피워 꽃 한개에 배가 하나 열린다고 하니
많은 꽃들을 한뼘 간격으로 솎아 주어야만 했다.
우리들은 초보적인 일들 인데도 경험이 없어
배나무를 망가뜨려서 배가 많이 안열리면 어쩌나하고
걱정을 하면서 꽃을 솎아주기 시작했다.
배가 열리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는데,
배밭 한고랑씩을 맡아 솎아주기 시작하여 끝나 갈 즈음에
"종산댁"님이 해물 빈대떡을 점심참으로 내주시어 맛있게 먹으며
우리 회원들끼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으로 간곳이 집 뒷편에 있는 복숭아 밭이였는데,
복숭아 꽃은 솎아주기가 조금 수월하였다.
꽃도 연분홍 꽃이라 예쁘기도 했다.
점심에는 봄나물 비빔밥으로 맛있는 식사를 하고는
오후 3시경에 서울로 올라 갈 몇분들과 떠날 채비를 하며
남아있는 몇분과 인사를 나누고
이화 농부님과 종산댁님께 고별 인사를 나누었다.
정말 우리가 먹는 농산물이 공해에 찌들어 있으면 만병의 근원이 됨으로
병충해에도 굳굳히 무공해 농사를 지으시는 두분께 경의를 드리며
나 한사람의 경험으로는 안될것 같아 이 글을 써보는 것이다.
힘든 농사에 매달리는 수많은 농부들의 노고를 위해서라도
쌀 한톨 과일 한 조각도 남기지 말고 버리지 말아야겠다는
농부를 이해하려는 절실한 생각을 하게되니
우리 부부도 조금은 배우고 돌아오는 마음뿐이다.
정말 좋은 경험의 종산 "참한 농원" 나들이 였다는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두분께 감사드리며 회원님들께도 감사드린다.
모닥불 피워놓고 즐거운 이야기 꽃
이 현부님(우)과 우애가 좋은 동생분(좌). 농촌의 현실에 대하여 열변을......
종산댁님 부부의 참한농원 입구.
종산댁님의 참한 농원 전경.
배밭에서 배꽃을따다.
이화농부 이현부님.
여성 회원분들의 배꽃따기
일하는 중간에 종산댁님이 들고 오신 점심참을 먹는 풍경
오전일을 하고 점심을 봄나물 비빔밥으로 먹다.
망우헌 전경. 집터가 아주 일품이였다. 집뒷편에 오죽밭도 있었다.
망우헌 앞마당에는 벤취도 있고......
망우헌 오죽밭과 벤취.
오죽밭.
'<길을묻는 나그네>의 세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피는 봄, 봄, 봄 -- 홍천 나들이 (0) | 2006.04.28 |
---|---|
쏘렌토를 사고나서....이런 것은 정말 싫어 (0) | 2006.04.24 |
들판에서 (0) | 2006.04.11 |
영종도 가는 길 (0) | 2006.04.02 |
4월의 봄비, 그리고, 개나리 진달래 (0) | 2006.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