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토론토에서 영화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짐 머커폴로스가 시집에 꽂혀 있는 단풍잎 한 장을 발견한 때는 지난달 초. 단풍잎에는 “1904년 가을, 던 밸리에서. 마리, 로이(Don Valley. 1904 Autumn. Mary, Roy)”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또 시집 한쪽에는 마리 디어본(Mary Dearborn)이라는 책 주인의 이름이 있었다. 즉 시집의 주인 마리가 로이와 함께 걸었던 길에서 주운 단풍잎 위에 두 사람의 이름을 적은 뒤 그것을 책갈피에 꽂아두었던 것. 머커폴로스는 마리와 로이가 연인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머커폴로스는 이어 시집 속에서 카드 한 장도 발견했다. 카드에는 “당신이 제게 베풀어준 연민과 친절, 그 따뜻한 마음에 언제나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마리의 서명이 있었다.
로이는 언니와 결혼한 남자
마리 디어본의 시집 속에 꽂혀 있던 단풍잎. “Don Valley. 1904 Autumn. Mary, Roy”라는 문구가 보인다. [사진=토론토스타] |
머커폴로스는 결국 마리의 친척을 찾아 나섰고, 이 소식을 접한 토론토스타의 칼럼니스트 조 피오리토는 머커폴로스의 사연을 신문에 칼럼으로 소개했다. 피오리토는 자신의 칼럼 끝에 “마리 디어본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연락을 주십시오”라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며칠 뒤 머커폴로스는 실제로 마리의 친척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신문에 실린 칼럼을 읽고 머커폴로스에게 연락을 한 이는 마리의 조카손자 로저 해리스. 해리스의 할아버지는 마리의 오빠였다.
해리스는 머커폴로스에게 자신의 고모할머니 마리에 관해 놀라운 사실들을 알려줬다. 마리에게는 언니 에이더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단풍잎 위에 마리와 함께 이름을 남긴 로이는 마리가 아닌 언니 에이더의 남편이었다.
해리스는 마리가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으며 매우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다고 전했다. 마리는 책 읽는 것을 좋아했던 반면, 언니 에이더는 수다 떠는 것을 좋아했다. 두 자매의 성격은 대조적이었다.
마리와 에이더, 그리고 로이의 인연은 로이가 두 자매의 집에 우연히 초대되면서 시작됐다. 마리와 에이더의 가족 중 한 사람이 로이를 집으로 초대했던 것이다. 그 뒤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에이더와 로이는 1899년 결혼했다.
“마리와 로이가 결혼했어야 했다”
머커폴로스는 여기까지 얘기를 들었을 때 단풍잎에 적혀 있던 때가 1904년
가을이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로이가 에이더와 결혼한 지 5년째 되는 해인 1904년. 어떻게 된 것일까. 머커폴로스는 해리스에게
물었다.
해리스는 이에 대해 “마리와 에이더의 오빠인 할아버지가 예전에 자주 ‘마리가 로이와 결혼했어야 했다’며 탄식을 했었다”고
대답했다. 마리는 단풍잎을 주웠던 때인 1904년의 몇 년 뒤 다른 남성과 결혼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로이가 사랑했던 이는
마리였을까, 에이더였을까. 로이는 그저 바람기 많은 남자였을까. 마리는 왜 언니와 결혼한 로이의 이름을 적은 단풍잎을 평생 간직하고 있었을까.
궁금한 것들이 남아 있었지만 머커폴로스는 더 묻지 않았다.
해리스는 다만 마지막으로 “에이더와 로이가 말년에 병에 걸려 몹시 아팠을
때 마리가 이들을 극진히 간호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3년 동안 매해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1966년에 로이가 죽었고, 이듬해 에이더가,
그리고 그 이듬해에 마리가 죽었다.
칼럼니스트 피오리토는 첫 번째 칼럼을 실은 뒤 생긴 머커폴로스와 해리스 사이의 일을 지난 2일
다시 칼럼의 형식으로 토론토스타에 소개했다. 머커폴로스는 자신이 발견한 마리의 시집을 단풍잎과 함께 해리스에게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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