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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35)씨는 지난달 차량 명의변경을 위해 관할 구청을 방문했다가 자신의 차량에 현대캐피탈 명의로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것을 알았다. 자동차 담보대출을 받은 적이 없는 이씨가 현대캐피탈에 알아보니 차량 구입시 자동차 할부금융을 이용할 때 설정된 근저당권이 그대로 살아있는 상태였다. 3년 전 할부금액을 모두 갚았다고 항변했지만 "근저당권 해지는 차량 소유자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답변만을 들었다.
할부금융사(캐피털)들이 자동차 할부금융 계약시 과도하게 근저당권을 설정해놓고 계약 종료 이후에는 근저당권 해지에 대해 이처럼 '나 몰라라'식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근저당이 계속 잡혀 있어도 할부금융사에 아무런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고객들은 차량 양도 등 재산권 행사시 불편을 겪고 있다.
1999년 이후 최근 10년간 자동차 할부금융 이용 건수는 924만건, 금액은 95조1284억원에 이른다. 할부금융업계는 중복 이용을 감안해도 이 기간 700만∼800만명의 사람들이 자동차 할부금융을 이용했고, 이 중 50%인 350만∼400만명의 차량에 근저당권이 설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자동차 할부금융 이용 고객들은 근저당권이 계속 설정된 상태라는 것을 모른다는 점이다. 보통 2∼3년 정도인 자동차 할부가 끝나도 근저당권은 자동으로 해지되지 않고 차 소유주가 직접 해야 한다. 할부금융사들은 자동차 할부가 끝나면 우편으로 근저당권 해지에 대한 안내문을 발송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의 할부기간 중 주소가 바뀌는 경우가 많고 안내문 접수에 대한 할부금융사 사후 확인 작업도 없다.
할부금융사가 근저당 설정을 과도하게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예를 들어 중고차의 경우 할부금융사는 관행적으로 자동차 할부금융 금액의 100%를 근저당 설정액으로 잡고 있다. 근저당 설정과 해지비용이 모두 고객 몫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자동차 근저당 취급 수수료로 고객들이 부담한 금액은 최소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자신의 차량에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자동차 매매시 명의이전 등 재산권 행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근저당권이 설정됐는지 여부는 전자정부 사이트(www.korea.go.kr) 민원란에서 손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일 "현행법상 할부금융사는 근저당권 해지에 대한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다"며 "차량 소유주가 확인하고 조치해야 자신의 재산권 침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출처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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