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베개
이광수
농사하고 사릉에 와 사니
벗 하나와 소 하나러라
창을 열어 산을 바라보고
귀기울여 시내를 듣더라.
동네 나서 붓돌을 치다가
석양에 막걸리를 마시니라
종달새 새벽 안개에 울고
해오라기 비에 젖어 졸더라.
오이랑 따 먹고
냉수랑 마시고
잠시 돌베개를 베고
창밑에서 낮잠을 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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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의 여름 휴가
여름 휴가기간이라지만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집과 사무실만 오가면서 무료하기에
옛적에 서가에 꽂아 두었던 책들을 뒤적입니다......
여름 휴가라는 것이 꼭 어디를 가야하는 것은 아니기에
잠시 마음의 평안을 얻고자 옛날 책들을 뒤적입니다.
중학교 여름 방학시절
장독대 뒷곁 그늘에서 세숫대야에 찬물을 받아 놓고
발을 담그고 춘원 이광수의 <사랑>, <무정>을 읽던 생각이 납니다.
그 시절에도 이런 무더위는 있었지만
에어컨은 없었고 선풍기도 부잣집에만 있던 시절이었으니
계곡이나 바닷가에 놀러 가지 않은 이상,
집에서 세숫대야 피서가 정말 좋았던
마음의 향기가 나는 시절 이었습니다.
책들을 뒤적이다가 눈에 띠는 춘원 이광수 선생의 <돌베개>라는
수필집을 꺼내 들었는데 ....
1940년대 초, 중반의 그의 삶의 행적이 나타납니다.
지금의 경기도 남양주 진건면 사릉리에 위치한
사능思陵은
많이도 발전하여 아파트 숲을 이루지만,
1940년대의 사능리에는 아주 평화로운 시골이었나 봅니다.
하기야, 내가 중학 시절에도
청량리에서 열차를 타고 가면
사능리 간이역에서 내리던 시절이었으니....
위의 싯편은
춘원 이광수 선생이 잠시 사릉에 농사지으려고
집도 새로 짓고 소도 사고하여
잠시 몇년동안 농사를 짓던 시절의 싯귀이므로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그의 평화로운 시골생활이 눈에 어른거리고 밟혀 적어 보았습니다.
peterhong 홍성곤
사능 思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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