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ㅣ 이외수
그리운 이름 하나 있어
어둠의 끝 자락 부여 잡고
약속하지 않은 기다림에 가슴은
진 다홍 핏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마음으로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있으니
그것은 그리움입니다.
눈을 감고 그릴수 있는 얼굴이 있어
그것은 사랑입니다.
그리움이 깊어 가면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이 깊어가면 이별이 시작 되려니...
그대에게 편지를 쓰는것 만으로도
하루가 행복하고
그대의 편지를 받는 것 만으로도
영원히 행복할 것 같은데..
때론 가슴이 아프도록 공허해 오는건
그대에 대한 내 그리움이
너무 짙은 까닭일까요?
부질없는 망상이라고
내 스스로 채찍질 해 보지만
해바라기처럼 그대에게로 향하는
내마음 묶어 둘 수가 없습니다.
술 한잔에 많이 취해버린 내 사랑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차가운 바람을 안고서
싸늘히 식어 간 거리를
홀로 서 있는 전화 박스앞에서
차마 그대에게 전화하지 못하고
한참동안 서성이다가 되돌아 서는 길...
차가운 바람 때문일까
아님 창백한 달빛 때문일까
두눈이 젖어 오는 까닭이...
기약 없는 먼 해후를 위해
늘 당신의 자리를 내 가슴에 비워 두렵니다
설령 기다림만 쌓이고 쌓여
그대의 기억 아련히 멀어진다 해도
처음과 같은 설레임으로 기다리지요.
때로는 내 가슴의 빈자리가
너무 외롭고 공허해
다른 무언가로 채우고도 싶었지만
그 무엇으로도 대신 할 수 없고
어떤 것 으로도 채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대...삶이 힘들고 지칠때에
그 멍에를 잠시 내려놓고
내 가슴의 빈자리에서
편안하게 쉬었다 가세요.
그대가 잠시 머물다간 그 자리는
언제나 그댈 위한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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