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혀버린 한국의 스포츠카 역사 |
우리나라에선 엔쵸 페라리나 재규어 XK같은 지붕없는 스포츠카는 다소 생소한 장르의 자동차다. 2인승이면서도 구입가격은 최고급 세단보다도 더 비싼 스포츠카가 좁은 도로와 경제적 여유가 없었던 국내에서 뿌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들 차량도 스타일이나 성능면에서 정통 스포츠카와는 여전히 상당한 거리가 있다. 쌍용차와 기아차가 영국에서 들여와 만들었던 칼리스타나 엘란은 세계 어떤 스포츠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스포츠카였지만 판매량이 극소수에 그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다. 칼리스타는 ’30년대 인기를 끌었던 정통 영국식 로드스터모델로 클래식과 모던한 스타일이 조화를 이룬 2인승 오픈카였다. 당시 전세계 자동차마니아들이 한번쯤은 갖고 싶어했던 명차 중의 하나로 꼽혔다. 영국의 로버트 얀켈 씨가 ‘팬더’라는 회사를 설립, 재규어의 스포츠카를 모방, 3.8리터급 6기통 재규어엔진을 탑재한 J72모델을 개발하면서 태동이 되기 시작했다.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얀켈 씨는 이같은 여세를 몰아 ’81년에 ’76년 개발된 리마를 기본으로 포드사의 4기통 2.8리터급 엔진을 탑재한 알루미늄 차체의 ‘칼리스타’를 마침내 탄생시켰다. 잇달아 구입하면서 인기가 치솟기 시작했고 이후 발전을 거듭, 4.2리터급, 5.3리터급 12기통 엔진이 탑재되면서 100km까지의 순간가속력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4.5초를 돌파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지니고 있으며 이 차는 유럽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 칼리스타는 포드사의 4기통 1.6리터급, 2.9리터급 엔진을 탑재한 신모델을 연이어 내놔 히트를 치게 된다. 칼리스타는 일일이 수작업 으로 생산하는 비효율성에, 한꺼번에 4개 신모델을 쏟아낸 것이 화근이 돼 결국 빚더미에 앉게 됐다. 당시 한국의 유명 밍크·가죽제품메이커 사주였던 김영철 씨가 팬더사를 인수하게 됐다. 김씨는 ’87년 팬더사를 스포츠카 전문메이커로 발전시키기로 결심, RV 전문메이커인 쌍용차에 인계를 했다. 6기통 2.9리터급 포드엔진과 2.0DOHC엔진을 탑재, 칼리스타의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동양인의 체형에 맞게 재구성하고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재질로 차체를 제작, ’92년부터 본격적인 국내판매를 시작했다. 3년만인 ’94년 판매부진으로 생산을 중단했다. 이후 칼리스타는 김석원 전 쌍용차그룹회장이 설립을 계획했던 자동차박물관용으로 수대가 쌍용차 본사에 보관돼 왔으나 쌍용차가 구 대우차로 넘어가면서 모두 고철값에 처분됐으며 현재 용인에 있는 삼성교통박물관에 옛날의 모습이 겨우 보존돼 오고 있다. 스포츠카를 워낙 좋아했던 김선홍 전 기아차그룹회장이 지난 ’96년 영국 로터스사로부터 들여온 엘란은 파격적인 스타일과 폭발적인 성능으로 한 때 국내 스포츠카마니아들을 매료시켰다. 반국산 스포츠카로 1.8리터급 기아차 엔진에 하이캠을 올리고 앞범퍼 등 전체적인 스타일을 약간 손질했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했다. 시판가격도 영국 로터스에서 생산한 오리지널 엘란 수입가격인 7천만원대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인 3천100만원에 판매, 2년동안 400여 대가 판매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시판 2년만인 ’98년 생산이 전면 중단돼 한국의 스포츠카 역사는 결국 맥이 끊어지게 됐다.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 스포츠카의 맥이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중도에 끊어진 것은 매우 애석한 일이나 요즘에도 엘란동호회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고 현대차가 스포츠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머지않은 장래에 세계 수준의 스포츠카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상 원 자동차경제신문(오토데일리) 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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