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동창으로 아침 햇살이 비칠때 여느때와 같이 윗목에서 참빗으로 머리를 곱게 빗으시며 말씀 하시더란다.
“오늘은 점심을 맛있게 나물에 비벼먹고 갈란다.”
“어디를요?”
“........”
머리를 다 빗으시더니 채비를 하신 후 동구 밖으로 나가셔서 천천히 아침 나절동안 온 들을 한바퀴 돌아보시고 들어오시는 거야. 그리고 집으로 돌아 오셔서는 뒷곁으로 집안도 한바퀴 둘러 보시더란다.
점심때가 되어 차려드린 점심을 정말로 그렇게 맛있게 잡수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애비야. 지금 내방에다
새 초석자리 한잎만 깔아 두거라”
“초석 자리는 뭐 하시게요?”
“.........”
점심을 다 드신 후 다시한번 집안을 둘러 보시더니 당신 방으로 들어가셨지. 그런데 저녁때가 다 되도록 나오시지 않는거야.
저녁을 차려놓은 후 할아버지께서 부르셨지
“어머니 저녁 진지 드셔야지요.”
“.........”
다시 한번 “어머니 저녁 드셔야지요” 하시면서 할아버지께서 증조할머니 방문을 여시니 증조할머니께서는 아까 할아버지께서 깔아 놓으신 새 초석자리 위에서 주무시고 계시는거야.
그것도 그냥 주무시는 것이 아니라 흰 명주 저고리와 흰 명주 치마에 버선까지 곱게 차려 입으시고 아침에 정성드려 빗으신 머리는 흐트러지지 않은 채로 반듯이 누우셔서 깊고 깊은 잠을 주무시고 계시는거야.
“어머니 어머니 이제 일어나셔서 저녁 드시고 주무셔야지요.”
“........”
“.........”
“어머니 ........! 어머니 .......!”
너희 증조 할머니는 그렇게 가셨지.
마지막이 아름다운 것이 정말로 아름다운 것입니다. 제게도 소원이 있습니다. ‘坐脫入亡’ 동창으로 아침 햇살이 비칠때 고요히 앉아서 이 몸뚱이를 버릴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우주에서야 무었인들 마지막이 있겠습니까만은 우리에게는 수많은 마지막이 있군요. 모두들
올해의 아름다운 마지막이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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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경북 예천에서 자연 농법으로 배농사와 쌀농사를 지으시는
참한 농원 농부 "이현부"님이 쓰신 글입니다.
참한 농원 홈페이지에서 가져 왔습니다.
peter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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