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서서히 지나고 초가을이 오는 것 같다. 계절은 시차를 두고 변하기만 할뿐 인생사를 내로남불하는가 변하기만 하는 계절의 속수무책의 그 한계도 이제는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가슴의 세월이다. 무료하다싶으면 떠나도 된다고 생각을 하니, 어느덧 시간은 흐르는 개울 꼴이 되었다. 말라버린 개울 꼴이 되었다. 그대가 가거든 소식이나 전해주라. 흰 씀바귀 꽃이란다. 여름 휴가를 막 다녀오던 사람들이 예전에는 맨드라미, 봉숭아, 분꽃들을 생각하며 가을을 기다려 왔는데, 어느 순간 이미 가을은 내 코앞에 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