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역삼역 본사에 업무가 있어서 서류를 챙겨서 가야 했습니다. 지하철은 답답할 것 같고, 자가용은 혼잡할 것 같아서 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그날따라 승객이 많지 않아 겨우 뒷좌석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몇 정거장 지났을까? 한 정거장에서 할아버지가 양손에 짐을 든 채 올라 타셨습니다. 아마 시골에서 농사짓거나 자녀들에게 줄 꾸러미를 준비한 것 같았습니다. 버스가 출발하여 10m쯤 지났는데
갑자기 버스가 급정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차비 없으시면 빨리 내리세요!'' 기사 아저씨가 할아버지에게 차비도 없이 왜 버스를 타느냐고 구박을 하며
내리라고 호통을 치며 버스 문을 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어쩔 줄 몰라 당황해 하면서, 주머니 여기저기를 뒤지다가 그냥 내리려고 하였습니다. 나는 뒷 자석에 앉아 있다가 영문도 몰라서 앞을 보니
할아버지가 한 번만 태워 달라고 기사 아저씨에게 사정하고 있었습니다. ''급히 오느라 지갑을 놓고 온 것 같아요, '' ''기사 아저씨 한 번만 타고 가게 해 주십시오.'' 막무가내로 내리라는 기사 아저씨의 행동에 한 번만 타고 가게해 드리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기사가 막 내리라고 호통치자 출입구로 가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불쌍해 보였습니다. 그때! 잠깐만요! 그때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성큼성큼 가방을 들고 기사 아저씨에게 다가가서 큰 소리로 호통치고 있었습니다. ''기사 아저씨!'' ''할아버지잖아요!'' ''지갑을 놓고 오셨다 잖아요!'' 그러더니 가방을 뒤져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돈 통에 넣으면서 호통을 치는 것이 었습니다. ''기사 아저씨 앞으로 이런 불쌍하신 분 타시면 10번 공짜로 태워 주세요.'' 여학생은 할아버지를 모시고 자기 자리로 가서 앉게 했습니다. 순간 나는 눈물 이 핑 돌 정도로 찡~함이 가슴을 울리게 했습니다. 나는 너무나 놀라고 부끄러워서 초라해진 나를 꾸짖었습니다. 초등학교 어린 여학생도 저렇게 용기 있게 하는데,
너는 무엇하고 있었느냐고 누군가 호통치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내가 태어 나서 어른으로 살아오면서 이렇게 창피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함께 타고 계셨던 어른들도 다 그런 생각을 하는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부끄럽고 어른이라는게 이렇게 창피한지 너무나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미금역을 지나면서 나는 만 원짜리를 꺼냈습니다. 버스 문이 열리자 여학생의 가방에 넣어주며 쏜살같이 내렸습니다. 아저씨가 미안하다.
겨우 들릴락 말락 모기 소리로 내뱉고 도망쳤습니다. 막 뛰어가는데 여학생이 아니 천사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저씨! 괜찮아요! 아저씨! 감사합니다!'' 버스 문이 닫치고 떠나갈 때 나는 무릎을 꿇고 부끄럽게 살아온 나를 반성하고 깨닫게 해 준
그 어린 학생에게 머리 숙여 감사하고 반성하는 하루를 보내리라 다짐했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제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부처님 알라님 공자님 맹자님 저 토록 착하고 순진하고 용기있는 천사를 이 땅에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