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기만 하던 한 여름의 중간쯤 우리들은 동해안 구석진 풍경들을 헤맸었다. 늦여름은 소리도 없이 가 버리더니 비 맞은 꽃 한 송이가 애처롭게 나를 울리네 태백에서 열리던 해바라기 축제도 갔었지만 9월에 피는 구절초의 향과 꽃이 너무 예뻐 어느덧 감이 열리고 익어가는 계절이 왔네, 그려 여름의 바다와는 가을의 바다가 깊이가 더 있다던가 고성의 바닷가에도 우리는 갔었다. 그리고는 깊어지는 가을이 왔다. 노랗고 붉게 물든 단풍의 계절이 왔다. 불타는 계절이 온 것이다. 한계령의 골짜기에도 깊은 가을이 왔고, 불타는 가을 불타는 그 열정 어느 날, 가을비가 내렸다. 그리고, 그 단풍이 길에 떨어졌다. 가을이 끝난 것이다.